난 예나 지금이나 철벽 치는 남주 여주가 싫어.. 특히 철벽 치는 남주가 흔들리는거 정도는 괜찮은데, 여주가 지나치게 철벽 치면 보는 내가 다 발암될 지경.
이 작품의 여주인 이디스가 좀 지나치게 철벽을 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남주 엘핀리스 던가? 여튼 후작이 잘하느냐. 그것도 아님.
그냥 서로 시작하자 마자 일 치룰뻔 한 헤프닝 때 서로의 마음을 고백 했으면 진작에 잘 해결 됬을 거 가지고 ㅋㅋㅋㅋㅋ 서로 자존심과 고집을 내세워서 마음 숨기느라고 급급해서 한 권이 이루어 지더라.
대체 뭐하는 짓꺼리 들이야 라는 소리가 절로.
보다가 이디스 멱살 잡고 흔들고 싶다가도, 후작 말하는 뽄새나 행동력과 별개로 할 말 못하는 답답함을 보면 주먹으로 명치를 후려 갈기고 싶고. 그렇다.
둘다 정좌 시켜서 앉힌 후 잔소리 잔소리 하고 싶은 언니 누나의 기분임... ㄱ-).
여튼 그렇게 식은 눈으로 읽고 식은 눈으로 덮었다.(이북이지만)
그렇게 엉겁결에 고백 비슷하게 흘러 갈꺼면 좀 더 빨리 할 것이지.
근데 갈수록 이디스가 더 화가 나더라. 아니 ㅋㅋㅋ 할 거 다해 놓고 발 빼려는건 어느 귀족집안 아가씨의 생각이니?.... 제무관 맡을 정도로 똑똑하고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의 느낌이더니 자기 감정 하나 제대로 표현 못하고 다스리지도 못하는 고집쟁이 애색히 모드였다니 씃...
뭔지 모르게 로판이 읽고 싶었는데 싯구금 연발하는건 그닥 끌리지 않았고.. 그래서 몇 가지 고르다가 발견한 이 작품.
사실 사기 전까지 조금 고민 많이해서 몇 번 패스하고 그랬었는데 ㅋㅋㅋㅋ 사고 난 후에는 진작에 읽을껄! 하는 후회가 들더라.
외전 포함 4권이였는데 어제 하루 24시간을 거의 다 바쳐서 읽었어도 후회 없을 만큼 재밌었다.
백금발에 적포도주 빛깔의 눈동자를 지닌 남주 유젠이 너무 뛰어난 미모의 남정네여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ㅋㅋㅋ 티아는 .... 늑대들에 의해 길러저 본인이 늑대라고 믿고 있기에, 1권 내내.. 아니 2권까지도? 계속 늑대로서 행동을 하는데. ㅋㅋㅋㅋ
솔까말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던 메인 커플의 공방이 너무 재밌었던 거.
티아 입장에서는 갑자기 자기를 납치해서 동포들과 떨어지게 만든 후 강제로 가두는 증오스러운 인간. 하지만 고압적인거 같으면서도 어쩐지 본인 한테는 상냥하고 온순하게 다가오는 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럽고.
유젠은... 뭐, 이런 류의 남주가 그렇듯. 제정신이 올바로 박혀있지 않은 듯한 피를 가까이 하는 절대 군주의 황제라서 마이웨이만 걷는 타입이라 ㅋㅋㅋ 티아를 자신의 '맹수'로서 길들이려 들고.
티아 입장도 유젠 입장도 적절히 섞여서 보여지는 덕분에 내내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뭐야 이 미친 인간은!!' 하고 으르렁 거리고 공격 하려던 티아가, 그에게 먹이로 길들여지고( ㅋㅋㅋㅋ) 그의 상냥함에 길들여지고. 자신의 늑대 무리들도 소중하지만 이 '인간'의 곁을 떠날 수 없다고 깨닫게 되면서 서서히 그를 따라서 '인간'이 되어 가는 전개도 흥미진진 했다.
뭐, 소설 답게 인간의 말을 시작하고 걷기 시작한지 몇 달도 안되서 습득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3권 정도 될 때 까지 티아는 유아 정도의 언어만 할 뿐이니까. ㅋㅋㅋ.
그래도 나름 잘 어울리게, 말을 배웠다고 해서 갑자기 유젠에게 존대를 쓰고 공손해지는게 아니라, 암수 대등한 '늑대' 답게.
인간이지만 동시에 늑대여도 상관없다는 유젠의 말에 따라서 베스티아 그녀 자신의 당당함으로 유젠을 다루는게 참 보기 좋았다.
남한테는 인정사정 없고 손속에 자비도 없고 잔인하기 까지 한 유젠이지만, 티아에게는 마냥하냥 상냥하고 포근해서 ㅋㅋㅋ 이런 타입의 얀데레 좋지 말입니다 ^^.
그렇게 티아가 '인간'인 자신을 받아들이고 유젠의 곁에서 그의 '반려'가 될 것을 확신하면서.
사실은 그녀가 황후의 자격이 있는 공작의 딸 이라는 것도 후반부에 밝혀지고 무사히 해피 엔딩.
외전에서는 결혼 후, 황후로서의 업무에 충실하고, 철혈의 맹수인 유젠을 휘두르는(?) 멋진 티아를 볼 수 있었다.
태몽, 쌍둥이 남녀 아이, 늑대들과의 재회. 그리고 유젠을 존똑으로 닮은 황자 제스티온의 짝 등등, 충실한 내용이여서 정말 꽉꽉 닫힌 해피 엔딩이 좋았다.
그 티아가 너무나도 황후 답게 변해서 세월 유상함을 느꼈고. (?)ㅋㅋㅋㅋ.
제스티온과 그의 '뱁새' 릴리. 꼬꼬마 커플의 에피가 너무 귀여워서 혹시 2부 연재 되는거 없나 하고 뒤져 봤었는데 당연히 없고요.
최설야님은 17년 이후로 이거 하나 내놓으신 후 작품 활동이 없으신거 같아서 슬프다. ㅠㅠ.
사실 이분 꺼는 몇년 전에 사뒀다가 진작에 읽긴 했었는데.. 정독은 하지 않고 대충 흘려 넘겼어서.
이번 기회에 정독 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커플 중에서 세 커플을 좋아하는데, 하나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이고 또 하나는 에로스와 프시케. 마지막은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삼족섬님이 어떻게 알고 그 커플들 이야기를 다 쓰셨나 모르겠지만, 솔직히 쓰신 거 세 작품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건 이 프시케를 위하여 이다.
하데스네 커플은 페르세포네가 너무 광년으로 나와서 정이 안가고 (외전도 나왔길래 읽었는데 더 정나미 떨어지더라능;) 디오니소스네 커플은 신화와 달리 아리아드네를 인간으로 냅두셔서...;; 둘다 매력적이였는데 그게 너무 아쉽더라.
그러니 이 프시케네 커플이 가장 정석으로 맺어진 커플이고 이야기 자체도 무척 재밌었다는 것.
신화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이야기를 위해서 이런 저런 부분을 조금씩 비틀어 두셨던데, 그것들이 하나같이 다 로설로서의 장치를 훌륭하게 해내어서, 읽는데 흥미진진하고 무척 재밌었다.
순수한 프시케에 비해서, 예나 지금이나 에로스는 자기위주의 제멋대로인 행동만 일삼고, 나중에 프시케가 정말 문자 그대로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개고생 하는대도 보이는 반응이 부족하다 싶어서.
2권 후반부 까지도 짜증짜증을 냈었는데, 마지막. 프시케가 상자를 열어서 죽음을 맞이한 후의 반응이 너무너무 꿀잼에 완전 깨소금 이였다. ㅋㅋㅋㅋ
무엇보다 프시케가 그 상자를 열게 된 거. 신화에서 처럼 어리석게 아름다움을 탐한게 아니라. 정말 죽을만큼. 백여날을 개고생 해서 에로스를 찾아 해맨 것. 아프로디테의 말도 안되는 시련들을 이겨낸 것. 그 모든 것들이 에로스가 말한거 처럼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 라는게 아니라는걸 증명했기에.
백날 동안 모습을 보이진 않았어도 한 번 쯤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에로스를 사랑했었다는 것을 그가 알아줬으면 충분하다고. 이젠 죽어도 된다고.
무엇보다도 인간인 자신과 신인 그와의 차이. 만약 아프로디테가 정말 에로스를 만나게 해준다고 해도 어차피 자신은 그를 '기다리기만 하는 입장' 이였다고. 그 비참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싫었기에.
프시케는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 했고, 비겁하고 오만했던.. 사랑하기에 애달복달 했다고 치기에는 너무 부족했던 에로스에게 엄청난 한 방을 크게 먹였다는게 너무 고소미 였다.
프시케를 살려준 후에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에로스를 보면서, 나도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나던데 동시에 얼마나 재밌던지 몰라 >_<.
네가 무슨 짓을 하던간에 어차피 나(에로스)는 너에게 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니까. 그래도 좋았다고. 그런데 네가 나를 되찾는 일을 영영 포기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게 나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냐고.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대도 뱅뱅 헛걸음만 하고 돌기만 하던 커플 이였던 셈.
뭐.. 모든건 에로스가 잘못했지만 ^_^. (단호)
여튼, 그렇게 둘이 마음을 확인하고, 에로스가 끝까지 아프로디테에게 굴복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복수 하는 것도 속이 시원했다.
여기서 아프로디테가 얼마나 썅년으로 나오는데. 어머니랍시고 그걸 용서하면 되나 아무렴.
그렇게 프시케를 안고 떠나면서 엔딩인데 외전이 없어서 이후의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냐고 걱정 하는 분들도 은근히 계시는 모양이더라.
아리아드네의 선례가 있어서 설마 인간인 채로 끝나려나?! 했었는데, 이거 다음에 나온 이야기들을 몇 편 보니 (아리아드네 편) 에로스가 지극히 사랑하여 영생을 준 '여신 프시케' (나비여인) 이라고 문장으로 나오더라.
그러니 확실하게 꽉꽉 닫힌 해피 엔딩인 셈. ㅇㅇ.
아 적다보니 기억났네. 아리아드네 보고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디오니소스를 보면서 아리아드네가 떠올렸었나 그랬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