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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족섬님의 프시케를 위하여를 보았다.

사실 이분 꺼는 몇년 전에 사뒀다가 진작에 읽긴 했었는데.. 정독은 하지 않고 대충 흘려 넘겼어서.

이번 기회에 정독 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커플 중에서 세 커플을 좋아하는데, 하나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이고 또 하나는 에로스와 프시케. 마지막은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삼족섬님이 어떻게 알고 그 커플들 이야기를 다 쓰셨나 모르겠지만, 솔직히 쓰신 거 세 작품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건 이 프시케를 위하여 이다.

하데스네 커플은 페르세포네가 너무 광년으로 나와서 정이 안가고 (외전도 나왔길래 읽었는데 더 정나미 떨어지더라능;) 디오니소스네 커플은 신화와 달리 아리아드네를 인간으로 냅두셔서...;; 둘다 매력적이였는데 그게 너무 아쉽더라. 

그러니 이 프시케네 커플이 가장 정석으로 맺어진 커플이고 이야기 자체도 무척 재밌었다는 것.

 

신화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이야기를 위해서 이런 저런 부분을 조금씩 비틀어 두셨던데, 그것들이 하나같이 다 로설로서의 장치를 훌륭하게 해내어서, 읽는데 흥미진진하고 무척 재밌었다.

순수한 프시케에 비해서, 예나 지금이나 에로스는 자기위주의 제멋대로인 행동만 일삼고, 나중에 프시케가 정말 문자 그대로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개고생 하는대도 보이는 반응이 부족하다 싶어서. 

2권 후반부 까지도 짜증짜증을 냈었는데, 마지막. 프시케가 상자를 열어서 죽음을 맞이한 후의 반응이 너무너무 꿀잼에 완전 깨소금 이였다. ㅋㅋㅋㅋ

무엇보다 프시케가 그 상자를 열게 된 거. 신화에서 처럼 어리석게 아름다움을 탐한게 아니라. 정말 죽을만큼. 백여날을 개고생 해서 에로스를 찾아 해맨 것. 아프로디테의 말도 안되는 시련들을 이겨낸 것. 그 모든 것들이 에로스가 말한거 처럼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 라는게 아니라는걸 증명했기에.

백날 동안 모습을 보이진 않았어도 한 번 쯤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에로스를 사랑했었다는 것을 그가 알아줬으면 충분하다고. 이젠 죽어도 된다고. 

무엇보다도 인간인 자신과 신인 그와의 차이. 만약 아프로디테가 정말 에로스를 만나게 해준다고 해도 어차피 자신은 그를 '기다리기만 하는 입장' 이였다고. 그 비참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싫었기에.

프시케는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 했고, 비겁하고 오만했던.. 사랑하기에 애달복달 했다고 치기에는 너무 부족했던 에로스에게 엄청난 한 방을 크게 먹였다는게 너무 고소미 였다.

 

프시케를 살려준 후에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에로스를 보면서, 나도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나던데 동시에 얼마나 재밌던지 몰라  >_<.

네가 무슨 짓을 하던간에 어차피 나(에로스)는 너에게 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니까. 그래도 좋았다고. 그런데 네가 나를 되찾는 일을 영영 포기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게 나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냐고.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대도 뱅뱅 헛걸음만 하고 돌기만 하던 커플 이였던 셈.

뭐.. 모든건 에로스가 잘못했지만 ^_^. (단호)

 

여튼, 그렇게 둘이 마음을 확인하고, 에로스가 끝까지 아프로디테에게 굴복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복수 하는 것도 속이 시원했다.

여기서 아프로디테가 얼마나 썅년으로 나오는데. 어머니랍시고 그걸 용서하면 되나 아무렴.

 

그렇게 프시케를 안고 떠나면서 엔딩인데 외전이 없어서 이후의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냐고 걱정 하는 분들도 은근히 계시는 모양이더라.

아리아드네의 선례가 있어서 설마 인간인 채로 끝나려나?! 했었는데, 이거 다음에 나온 이야기들을 몇 편 보니 (아리아드네 편) 에로스가 지극히 사랑하여 영생을 준 '여신 프시케' (나비여인) 이라고 문장으로 나오더라.

그러니 확실하게 꽉꽉 닫힌 해피 엔딩인 셈. ㅇㅇ.

아 적다보니 기억났네. 아리아드네 보고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디오니소스를 보면서 아리아드네가 떠올렸었나 그랬는 듯.

아프로디테, 스파르타의 헬레네, 여신 프시케. 등등의 아름다움을 대표한다면서. ㅇㅇ.

 

근데 외전이 있으면 더 좋을거 같아.. 너무 재밌는 이야기였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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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e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