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본 남자 1,2,3 - 단영 (★★★☆) 로맨스 소설/현대물2014. 11. 23. 23:20
분류: 현대물. 시리즈물(사막, 사자의 성). 맞선. 선 결혼 후 연애(?).
기업 상대의 은행 소유 사장. 고씨 집안 장남 33세 (고은후) X 가난에 허덕이는 삼남매 장녀. 29세 (윤미숙)
단영님의 '선 본 남자'를 읽었다.
기존에 나와있던 2권 짜리 작품이, 몇년? 정도 흘러서 3권짜리 개정판으로 둔갑해서 나왔다고 하는데, 나는 그걸 산 셈.
어차피 이북이기는 했어도, 2권짜리가 나을지 3권짜리가 나을지. 쬐끔 고민은 했다.
어디서 듣기로는 2권이나 3권이나 큰 차이는 없다고 하더라고. 끝에 번외? 에필? 이 좀 추가된다고 한 거라서.
그래도 이왕 보는거 완전판이 낫지 않나 싶은 마음에. ㅇㅇ
사자의 성에 이어서 읽은 고씨 남매 3번째 이야기.
시기상으로는 중간쯤 되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완결은 완결이더라. 본편에서도 그렇고 에필로그도 그렇고.
나머지 고씨 남매들이 어떻게 가정을 꾸리고 애 낳고 잘 사는지에 대해서도 충실히 보여주니까.
무슨 번외와 에필이 SAM 기준 350여 페이지가 넘는 지 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번 이야기.
내가 읽은 로설 중에서도 커플 '삽질'로서는 거의 탑급 5위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이렇게도 엇나가기만 하는지.
단영님 작품 답게 개그삘로 무장해서 좀 덜그래 보일 뿐이지. 어떤 의미 단영님 작품 중에서는 제일 어두운? 느낌이였다.
엄청난 수준의 삽질도 그러했고, 무엇보다 여주인 미숙이가 처한 환경이 그러했고.
....말 나와서 말이지, 여주 이름이 미숙이가 뭐냐며... 서른을 애저녁에 넘긴 내 주위에서도 저런 이름 만나기 쉽지 않거늘 참..^^;.
암튼, 특이하게도 여주인 미숙의 1인칭 시점으로 계속 전개된다. 후반 번외를 제외하고는.
그래서 그런가, 그녀의 장하고도 질긴, 이쯤 되면 알차다 싶을 정도의 삽질이 3권에 걸쳐서 주구장창 진행되는데.
읽는 내가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아무리 웃긴 어투와 개그삘로 무장하면 뭐하나, 이거 신파쪽으로 노선 틀었으면 길이길이 남을 수준이지 않았을까(..).
삼 남매의 장녀로,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서 무능하고 비겁하기까지 한(-_-)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들 건사하느라고 뼈빠지도록 일하는 미숙.
자식과도 같은 동생들 건사에, 늘어나는 빚에,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되는 아버지에.
현실은 시궁창이나 다름 없다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녀라서, 언감생심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그런 그녀가 동네 할머니의 주선으로 반 강제적으로 맞선을 보게 된 것이, 서울에서 온 겁나 부자에 미치도록 잘생기고 잘난 남자 '고은후'.
너무나도 수준이 안맞아서 차마 올려보지도 못할 나무라고 생각하고 일찌감치 포기한 그녀에게, 만난지 열흘 만에 청혼을 해오는 은후는, 그녀가 '돈'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임을 알고 가비웁게 던져준, 자그마치 2억 이라는 돈으로 그녀를 구해온다.
...라지만, 미숙의 입장에서는 돈에 팔려오는 심정이라니. 1인칭이니 이 부분이 너무 잘 보인달까.
거기다가 이 남자. 오늘 내일한다는 위중한 할머니 때문에 '억지로' 결혼을 하게 된 것일 뿐이니. 미숙은 자신들의 결혼이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 내지는 '목적'을 위해서 하는 위장 결혼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다짜고짜 말도 없이 그냥 무대포로 밀어붙여서 무려 한달만에 결혼을 해치우는 그의 급한 태도에, 미숙의 오해(!)는 굳어지다 못해 뿌리깊이 파고들게 된다.
그런 그녀의 장하고도 깊은 자격지심과 자꾸 엇나가는 상황이 더해져서 3권이라는 분량 내내 두 사람은 제 자리에서 빙빙 돌기만 한다.
그리고 아마 다른 분들은 삽질이 장한 미숙이를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고 사장<도 마찬가지.....정돈 아니지만 35% 정도는 책임이 있다고 본다. (65%는 미숙.)
아무리 말이 없고 과묵한 성격이라도 그렇지. 이건 미숙이 아니라 미숙이 할머니라도(?) 다 오해하게 되어있다.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건지. 결혼해서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건지. 그녀가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는 건지.
바라는 건 많으면서 그 많은 것들을 단 하나도! '말로서' 설명해 준 적이 없다.
나중에 번외로 보는 그의 시점에서는, 무려 미숙이에게 '첫 눈에 반해서'. 이런저런 계략까지 써가면서 그녀를 자신에게 묶어둿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그런 마음이 없었던 미숙이야, 둔하고 자격지심 때문에 삽질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쳐도.
이미 처음부터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던 주제에 왜 결혼 해서 1년이란 시간이 흐르도록 그녀가 알아듣도록 해주지 않았을까.
아주 전형적인 '눈빛으로 말해요'. '내 눈을 보고 알아 맞춰줘'. 의 타입이였다.
진짜, 말을 하라고 말을 이 써글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알아주겠지.
지례짐작으로 앞서 나가기만 하고 정작 중요한 말은 안하는 데다가, 몸만 앞서서 실수하지 않나. 정작 그녀가 위험하거나 힘들 때는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지를 않나.
심지어 곁에 두고만 있고 오해를 풀어주지 않으니 미숙이 점점 더 말라가고 정신적으로 곪아가는걸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놓지 못한다' 라는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 하는데.
씁 그럼 말을 하라고. 내가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한 마음으로 너를 곁에 둔다.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이러란 말이다. 아오 ㅋㅋㅋㅋ.
미숙이 스스로 만든 벽과 자격지심으로 문제를 키운다면, 주변에서 너무나도 격이 떨어지는 두 사람을 두고, 특히 미숙을 흠잡아서 소문을 만들고 야단인데.
안그래도 스스로도 못 믿을 판국에 주변에서 마저 그녀를 달달 볶는 데다가 정작 중요한 고은후는 그런 오해를 제대로 잡는 시도를 안하고 있다.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닌듯 한데.
그러니 어느 누가 '저 남자가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짐작을 할까.
그나마 2권에 들어서는 조금씩, 달달한 태도를 보이면서 그녀를 신경쓰고 있긴 하지만... 글쎄 그런걸로는 부족하지.
실제로 미숙은 3권의 후반부.. 거의 클라이막스 직전까지 가서야, 곪고 곯았던 상처가 터져서야 은후의 마음을 알게 된다고.
그것도 그가 폭발해서 제대로.. 진짜 이렇게 말 많이 한걸 처음 보겠다 싶을 정도로 술주정이나마 주절주절 애기하는걸 듣고서야 말이지.
아나.. 잘생기고 돈 많고 상냥하면 뭐하나. 내 남자라는 자신감을 주지 못하면 다 소용없지.
고로, 미숙이 절반 이상 잘못을 하긴 했지만 고은후 역시 절반에 가까운 잘못을 했다.
두 사람의 길고도 장한 삽질 연대기는 둘 모두의 잘못이다.
읽는 나는, 주말 내내 세 권을 잡고 있으면서 어찌나 속이 터지던지.
개그삘로 군데군데 웃기는 시츄가 많았긴 했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이지. 사람 간 들었다 놨다 하는 위급한(?) 에피소드가 쏟아지는데... 언제 터질지 진짜 보기만해도 두근두근했다.
그만큼 재밌었다는것도 사실이지만, 솔까말. 3권을 제외하고 앞의 두 권은 재탕할 자신도 없다. 망할 ㅋㅋㅋㅋ.
그나마 본편에서 없었던 달달함을 수백 페이지의 번외 세편, 에필로그 세편에서 다 보여줬으니 망정이지.
고씨 집안 남매와 그들이 결혼한 상대들까지 합쳐서 굉장한 대가족 시츄로 왁자지껄, 시끌시끌하지만 즐겁게 사는 모두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미숙이 자신감을 많이 회복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자부감도 얻으면서 은후를 살살 녹이는게 재밌더라.
번외에 가서야 등장하는 은후의 시점에서, 진짜 미숙에게 제대로 잡혀 살고 있구나. 애지중지 못해서 떠날까봐 불안감마저 떨쳐버릴 수 없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그제서야 볼 수 있는 달달함에 흡족한 것도 사실이고.
어쨌거나 많이 외로운 남자였고, 많이 힘든 여자였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가족이 되면서 다른 가족들 다 포함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만족한다.
... 그러니까 3권만. 진짜 앞의 두 권은 열터져서 왠만하면 재탕 못할꺼야 흐....
자, 이제 남은건 고씨 집안 막내인 은수 이야기인데... 음....
사자의 성 1권+ 선 본 남자 3권을 연달아 보면서 대략 4권 정도 내리 읽다보니.. 지금 당장은 안끌리네.
책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 시대물 몇 편 읽고 다른 것도 좀 읽고 나중에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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