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려고 벼르고 있던 작품인데 일요일날 딱 잡아서 봤다.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들었고,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했다길래 보면서 걱정 했었는데 기우였음.
난 정말 재밌었다. 별 다섯개 줄 수 있을 정도로.
듣던대로 어둡고 조용하고 잔잔하고 동시에 처절하면서도 가슴아픈 치욕의 역사를 담담히 담은 작품이였음.
보통 잘나가는(?) 역사 영화는 승리를 표현하고 (명량 같은거) 그게 아니면 전쟁등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거에 비해, 이 영화는 ... 굳이 따지자면 썰전(?) 이였음. ㅋㅋㅋㅋ
그야말로 입으로서 모든걸 다 해결해 나간다고 해야 하나.... 말로만 듣던 조선 시대의 붕당정치의 폐단을 보는거 같더라. 다들 얼마나 혓바닥을 잘 굴리는지..
오죽하면 내가 왕중에서 두번째로 싫어하는 인조인데도 이 영화를 보다보면 '오죽 힘들겠나;;' 라는 동정심까지 절로 생길 지경임.
김류 처럼 딱 눈에 보이게끔 입에 발린 소리를 하고 내뺴는 대신이 있는가 하면, 두 주인공 최명길과 김상헌 처럼 정말 어느쪽 말도 다 맞는거 같고 어느쪽도 다 따라야 할 거 같이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대신들의 첨언을 듣고 있다 생각하니.. ^^;;;
일단 이 영화 자체가 인조를 찌질하고 덜떨어진 악역으로 표시하지 않고 그나마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 주었기 떄문에 긴박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어느쪽의 말을 따라야 할지, 고뇌하는 왕의 모습에 공감이 가게 되더라.
뭐.. 박해일이 연기를 잘해서 그런것도 있고.
사실 보다보면 당연히 이조판서 명길의 말을 따라야 하는게 맞는 건데... 자신의 신념에 따라 주장하는 예조 상헌의 말도 옳은거 같고....
물론 그의 말을 따라서 청의 대군 앞에 질게 뻔한 싸움을 걸다가 지는 꼴이 되었다면 잘하면 조선이라는 나라는 그 날로 역사가 끝났을 수도 있겠었겠지만... 그래도 음..... 에고, 이게 글로 잘 쓰기 어렵긴 한데 보다보면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가더라니깐.
결국, 역사대로 인조는 항복 선언을 하고 청의 황제 앞에 나아가 신하의 예를 갖추는데... 그 장면에서 통곡하던 명길을 따라 나도 괜시리 분하고 억울하고 그래서 눈물이 나더라. 하.. 이 연기 괴물들 같으니.
영화에서의 마지막은 상헌이 자결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나던데, 이부분은 고증 오류라고 하더라. 하지만 영화적인 결말로서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았다.
러닝타임 내내 보여줬던 김상헌이라는 강직한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거 같진 않더라고 ㅇㅇ..
그 외에 고수도 무난하게 자기 역할 잘해줬었고 이시백 장군을 맡은 분의 .. 어 이름 까먹었네; 그 분의 연기도 인상적이였다.
결코 격하지 않지만 처절하고 처연한 치욕의 역사를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였음.
..... 나 레버넌트도 재밌게 보고 그랬는데 생각보다 이런 류(?)의 영화 잘 보는 편인가봐........ 39년 살면서 처음 알게된 내 영화 취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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