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심이 1, 2 - 이희정 (★★★★)
분류: 시대물. 조선시대풍. 신분 차이. 첫사랑. 재회물.
왕의 적통 2왕자 은성대군 18세 (열) X 호판댁 서녀이자 노비> 대비전 지밀나인 16세 (다옥)
시대물 하나 잡아야지 하고 고민하다가 잡은 책.
이희정님 시대물은 읽어본게 모두 조선시대 였고, 하나같이 몰입도도 좋고 재밌었으므로 그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 잡았다.
거기다 앞의 두 작품은 여주가 모두 양반가 여식이였는데 이번 작품은 노비로 시작.
실제로는 여주 다옥이의 엄마가 양반가의 자식이였다고는 하나, 노비로 좌천 되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노비였으니 다옥이도 마찬가지겠지.
이번 작품도 굉장히 재밌게 잘 읽었다.
조선시대풍 이여서 그런가, 두 주인공의 나이가 전반적으로 많이 어려서 시작하고, 제대로 연애가 진행되는 2권에서 부터도 16세 18세 정도 였는데. 뭔가..그래서 더 절박하게 서로만 보게 되는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
1권은 두 사람의 어린 시절... 7세와 9세. 나중에 궁에서 만나게 된 11세와 13세. 이렇게 어린 나이로 진행된다.
여주인 다옥의 어미가, 호판의 눈에 들어서 낳게 된 서녀이기 때문에... 이야기 내내 호판댁 정부인에게 장하게도 괴롭힘 당한다.
1권에서 그 묘사가 많이 나왔는데..다옥이도 불쌍하지만, 다옥이 어미는 진짜 살아있는게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날치게 당하더라고.
이희정 작가님은 예전부터 이런 묘사?. 여주가 힘들다거나. 그런 극단적인 부분에 디테일 하셨는데, 이번에도 변함 없는데다가, 오히려 노비라는 신분 때문에 전의 작품들보다 더 강해진더라...
솔직히 1권 후반부까지는, 연애고 나발이고. 그냥 호판 정부인하고 그 딸내미 연지냔-_-을 때려 잡고 싶어서 내 손이 다 근질 거리더라. 뭐 이런 못되 쳐먹은-_-++++++
모든 원흉이자 다옥의 생물학적 아비인 호판이라는 놈이 저모양 저꼴이니 부인도 딸내미 냔도 못 잡지.
그나마 이복 오라버니인 시형만이 두 사람을 신경 써주긴 했지만.... 글쎄 이쪽도 어쨌든 양반인지라 큰 도움이 되었나 어땠나.
어쨌든 다옥이가 윗방 아기로 팔려갈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구해줬으니 그걸로 족해야 겠지. 최선을 다한거였을테고.
이렇게 박복하기만 한 다옥이가, 자신과의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신분 차이가 있는 대군.. '열'이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게 아니라 재회하면서 사랑으로 전개 되는게 상세히 보여져서 두 사람의 열애는 불만 없었다.
다만 열이가 4년 동안 다옥이를 기억 못했다는게 좀 슬프긴 한데... 천하의 대군신데다가 꼬꼬마 시절의 닷새간의 추억이였으니 기억 못할 법도 하겠지. 다옥이도 거의 잊었을 테고.
다만, 이런 두 사람의 재회가. 대비에 의해서 '의도된' 것이라는게 제일 마음에 걸리더라.
그리고 대비. 처음에 사연이 나왔을 때에는 그저 불쌍하기만 했는데. 가면 갈수록 열이와 다옥이를 이용하려는 모양새가 참 보기 불편해지더라고.
말마따나 주상도 자기 아들이고. 중전이야 꼴보기 싫다지만 그 핏줄인 세자나 열이도 모두 자기 친 손자인데. 가슴에 묻은 자식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큰 일을 벌이려고 했을까.
그렇게 이를 갈고 계획을 준비한것 치고는, 후반들어서는 좀 쉽게 해결되는지라 이 부분의 급전개가 아쉬웠다.
뭔가 대비가 엄청나게 일을 터트릴거 같은 느낌이였는데, 열이 눈치채고 진작에 알아서 하는 바람에.. 2권 내내 감돌았던 불온한 기운이 그렇게 푸쉬식 소리 내면서 꺼지는 전개로 갈 줄이야.
뭐; 모든 사람들이 무사해야 하는 방법이 그것 뿐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지만.
세자가 알고 빈궁이 알고 중전이 알고 부원군이 알고 대비가 알고. 그 외에 열이 무고하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가 죄를 뒤집어 씌게 되는 전개라도 큰 억울함은 없더라.
어떤 의미, 다옥이랑 제대로 부부로서 살아가고 맺어지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을테고.
라고는 해도, 사실 처음 1권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내가 예상했던 엔딩은 이런쪽이 아니였다.
어차피 해피 엔딩이라 치자면... 그나마 좋은 수로는 다옥이가 신분 복원해서 정식으로 부부인으로 열이와 맺어지는거 라고 생각했거든.
아주 짧게 언급되고 지나갔지만, 다옥이 어미가 누명인지 실제 죄인지 모르지만 양반가의 자식이였다가 좌천 된 케이스라서, 그것만 복원 되면 다옥이도 양반가의 여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런 도움도 안되지만, 호판의 서녀이기도 하고... 아니..이 부분은 진짜 도움이 안되겠군;.
화홍 2부..그러니까 셋째네 케이스를 떠올리고는, 그렇게 되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고 예상했었지만.
이렇게 끝날 줄이야.
하긴, 열이 자체가 대군이라는 지위에 아무런 집착도 없었고 그 자리에 있으면서 무언가 이루어 낸 것도 없었으니. 그가 그 자리를 물러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긴 하다만은야.
에필로그 보니 장사치의 재능도 있는 모양이니, 역시 자유로운 생활과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쪽이 더 어울렸을 수도 있겟고.
어쨌든, 해피 엔딩이고. 벌 받을 사람을 제대로 벌 받고, 행복할 커플은 그저 행복하게 잘 살았으니.
이희정 님의 시대물은 이런 재미와 즐거움이 있어서 읽을 때 마다 기쁘다.
이제 안 읽은건 '애루화' 정도인데... 이것도 2권 짜리 라서 좀 걱정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