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 1,2 - 정은숙 (★★★★)
분류: 시대물. 중화풍. 기억상실. 재회물. 후회남. 나이차 (9살). 싯구금. 신분 차이(황제X사냥꾼)
북양대국 황제 26-28세. (이휘=태율) X 설주 운악산 사냥꾼->설 황귀비 17-19세. (원여지)
리디 스토리의 신작이자... 리디 스토리 자체가 없어졌으니 아마 마지막 작품이 될 듯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책으로 나와도 아마 살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게 읽었다.....만, 책으로 나오면 좀 더 살을 붙일 필요는 있겠더라.
리디 감상에서 800 페이지 정도의 빵빵한 분량? 이라는 애기가 있길래 잡기 기대했었는데.. 굳이 2권일 필요도 없어 보이는, 많지 않은 분량이였거든. 내 기준은 'SAM' 리더기니까 당연하겠지만;.
오히려 이거 뒤에 읽고 있는 '공수한 장가보내기'가 훨씬 더 분량이 많더라. SAM 기준 780페이지 쯤 되니까.
암튼, 이번 작품.
사실 흔하디 흔한 내용이고 비슷한 시츄는 시대물 중에서 꽤 될 거 같지만. 그래도 오래된 작가분의 '내공과 필력' 하나로 다 덮어지는 이야기였다.
흔한 이야긴데도 재밌고, 크게 생각 하고 고민 할 것도 없이 엄청 술술 잘 읽히고. 뒷 내용이 궁금하니 리더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고.
이정도만 되도 별 넷은 충분한거지.
여주인 '여지'는 상시 눈으로 덮여있는 추운 설주 지방의 산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사냥꾼' 출신의 소녀다.
그런 그녀가 눈 사태를 맞이하기 직전에 산에서 구했던 남자가 있고, 그는 정신을 차린 건 좋으나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상태.
여지는 그에게 '태휼'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눈이 녹을 때 까지 산에 갖혀 지내는 동안,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후, 이미 여지와 함께 할 생각이였던 태휼이였지만 자신을 데리러 온 금군들과 맞딱들이면서 잃어버린 기억을 되 찾게 되고. 동시에 4개월 동안 함께 있던 '여지'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된다.
비밀이고 자시고 할 거 없이, 전부터 짐작이 됬었지만. 어쨌든 태휼... '이휘'는 이 거대한 북양 대국의 황제였다.
이쪽도 꽤 신분 차이의 커플인 셈.
태휼이 이휘가 되어 운악산에서 떠나는 순간, 여지는 그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 사정을 알지 못하고. 결국 그에게 배신 당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후 다음 챕터에서 바로 2년이 흘러버리더라고. 역시 연재 분이라서 그런가 뭔가 이 부분의 에피소드가 좀 더 있을 법 한데 말이지. 하고 안타까워졌다. 시간이 너무 훌떡 지나가서리^^;
거기다 그 사이에 여지는 태휼...이휘의 아이 '여휼'까지 낳아서 기르고 있더라고. 이 부분을 뒤에 알아서 꽤 놀랐다는 거.
그리고 여기서 여럿 분들의 심기에 거슬릴 법한? 내용이 나오는데.
여지의 '태휼' 이였을 때는 그녀의 하나 뿐인 정인이였지만, 황제 '이휘' 인 그는 이미 십 수명의 비빈과 정실인 황후까지 데리고 있는 상태였다. ... 황제라길래 그럴려니 했지만 진짜 그랬다니 OTL.
댓글에 있던 것 처럼, 비빈이 10여명이고 황후가 있고 그 중에서 황후의 질투와 음모로 죽게 된 여럿 후궁들중 3명은 임신도 했었다는거.
15세 부터 황제가 되어서 26세의 나이까지 있었으니 이런 설정이야 어쩌면 당연 한 걸 수도 있겠지.
위로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역대 황제들은 30명도 훨씬 더 넘기는 비빈을 거느리고 있었다고 하니 이휘는 적은 편이고. 거기다가 그녀들에게 마음을 준 적은 없거니와, 의무사항 내지는 ㅇ정해소의 의미 밖에 없었다고 하고.
그나마 품었던 비빈들 역시 1,2번 정도 찾고 다신 발 걸음도 안했다고 하고 가장 중요한 황후랑은 몸도 섞지 않을 정도로 증오하고 있으니.
시대물이고 중화풍이고 황제니까, 이런 설정은 나도 얼추 각오는 했었다.
거기다 이휘는 여지를 만난 후, 그녀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2년 동안 한 번도 다른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것도 나름대로 정절(?)을 지킨 셈이라고 쳐 줄 수도있고.
그래서 그렇게 막 신경질 내면서 꺼려하지는 않을 수 있는데... 대신, 묘하게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으니.
싯구금을 표방하는 작품답게 씬이 농도 짙고 여러번 나오는 편이였는데, 그 중에서 몇 번은 이휘가 '여자를 여러번 안아봤지만 이런적은 처음이다... '라는 식으로 여지와의 잠자리를 높게(??)칭하는 부분이였다.
이게 한 두번이면 '그래, 여지랑은 다른 경험과는 다르다 이거지?' 하고 좋게 넘어 갈 수 있었는데. 아니 이남자가 ㅋㅋㅋ 이게 무슨 자랑거리 라고 무슨 할 때 마다 이런 독백을 읊조리냐고.
그 십 수명의 비빈들에 대한 내용을 머리속에서 잊어버릴 즈음에 또 등장하고 또 등장하고 이러니, 말로 내뱉은게 아니라 속 생각이라고 해도 나는 열이 받더라 ㅋㅋㅋ. 경험 많은게 자랑이야? 씁-_-+.
시대물 황제 중에서는 나름 담백한 편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런 강조는 옳지 않다.
거기다가 임신했다가 죽은 '연비' 라든가 기타 후궁들에 대한 이름도 여러번 나오던데 그것도 좀 거슬리는 부분.
본인은 여자로서의 애정은 주지 않았지만 귀중한 아이를 배었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모양인데.. 아니, 그건 네 생각이고. 나는 싫어 어이 ㅋㅋㅋ.
그래서 이휘가 나중에 기억을 되찾고 여지랑 알콩달콩하게 잘 지내고 있긴 해도 이런 부분을 그냥 덮고 넘어갔다면 아마 별 넷이라는 점수는 안줬을거다.
여지가 대놓고 '나 없는 사이에 딴 여자랑 잘 놀았지?' 라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너 밖에 없었다' 라고 대답해주는 걸로 스리슬쩍 넘어가는 느낌이 들지만.. 나는 단순한 여자라서 그나마 이런 설정이라도 붙여주니 기분이 좀 가라앉기는 하지만은야.
어쨌든 이렇게 길게 적을 정도로, 로설에서 보기에는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설정인건 분명하다.
사실 더 길게 쓰자면, 내가 이거 읽기 전날..그러니까 어젯밤에 추억의 '환주격격(황제의 딸)' 전개를 따라가다가 '신환주격격'이 나왔다는걸 봤었다는게 시발점.
새 인물들은 그렇게 외모가 나쁘지만도 않았고 오래됬으니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에 검색을 한건 좋았는데.. 막상 보려고 하니까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인물 설정'이 있어서 여기서 스톱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사랑 오왕자가 제비가 아닌 다른 여자(흔영)랑 결혼하고. 거기에 제비랑 2년이나 헤어지면서 그 여자랑 동침을 해서 애까지 낳아야 하는 설정이라니!!!
그의 어머니의 목숨을 건 협박이 있었고 무엇보다 제작자인 '경요'가 아예 자기 블로그에 대놓고 이런 설정을 쓴 이유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팍팍 밀어주던데.
아니, 난 이런건 용서 못한다. -_-. 시대적 배경이 어떻고 저떻고, 영기(오왕자)가 최선을 다한 거라고 주장 할 순 있을지 몰라도 내가 아닌건 아닌거야.
사랑하는 여자가 따로 있는데 아들을 낳기 위한 기계도 아니고, 몇 번이고(할 수 밖에 없었겠지;. 여자아이는 안된다고 하니 사내아이를 낳을 때 까지 해야한다는 확률적 문제도 있었을테고) 목적을 위한 동침이라니. 마음은 저 멀리 있는 연인에게 두고 있으면서도 억지로 강제적으로. 그게 말이 되냐고.
개인적으로, 서로 잠자리를 하는 행위는 뭐랄까.. 가장 깊은 곳. 더 드러낼 곳이 없는 끝의 끝까지 함께 공유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단순한 ㅅㅔㄱㅅㅡ 라고 쉽게 치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어떻게 보면 가장 친밀한 행위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거 자체가 영...
남자가 바람둥이면 그래, 차라리 괜찮다.
아예 생각이 없는 놈이라서 이런 의미 부여도 없이 저런다고, 애시당초 포기 하거나 욕하면서 볼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오왕자는 그게 아니였거든.
억지로 결혼은 하지만 첫날밤은 제비 너랑만 하겠다고 그랬었고. 분명 잠자리에 대한 의미 부여를 확실히 한 상태였단 말이지.
그런데도 황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황제의 명과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애 낳는 기계가 되어서 억지로 잠자리를 가져야 하다니. 그것도 2년이란 짧다는 짧은 시간 안에서 해내야 한다는 식으로.
몇 번이고 생각하지만, 나는 메인 커플이 서로 만나기 전까지는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용서가 된다.
어떤 의미 이것도 관대한 편인거 같긴 한데^^;.
그렇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오직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지닌 이상, 어떤 사정이 있든지 간에 '그 사람 이외' 라는 건 절대로 용서가 안된다고.
로설 중에서 은근히 몇 안되지만 이런 설정도 있는데. 그래도 이런 남주들은 처절하게 후회는 한다.... 대부분.
대부분 실수였거나, 치기어린 마음 때문이였거나. 나중에는 눈물 흘리면서 회개하는 후회남이 되는 녀석들이지.
그런데 오왕자는 그게 아니여... 아들을 낳기 위해서 애를 쓰고 아들을 낳자 마자 부인도 아들도 어머니도 보지 않고 몰래 떠나지 않나.
다른 분 애기처럼, 아마 죽을때 까지 수도에 있는 정실 부인과 '아들'은 그의 약점과 아픔으로 남아 있을 꺼다.
... 보지도 않고 내용만 흝어보는데도 나는 이미 뿜을 대로 뿜은 상태다. 하루가 지나서 이 감상을 쓰는 지금도 그래.
그런 의미에서 이휘는 합격인 셈이다 나한테는.
새벽 1시 근처까지 성질내면서 이런 저런 감상을 다 찾아보고.. 어떻게 해서든 신 환주격격의 이런 설정을 납득해 보려고 애는 써봤지만 죽어도 안된다는걸 알고 잠자리에 들었던지라, 나는 이휘가 괜찮아. 진짜로. ㅇㅇ
....아마 읽기 전날에 신환주격격 네타를 안 접했으면 조금 더 짜증냈을지도 모르지만. 난 이미 한 없이 관대해진 상태거든 핳핳핳핳<
위에 조금 불평을 토해내긴 했지만, 이런 면에서 이휘를 봐주고 넘어간다고 치고.
어쨌든 정적인 황후와 그의 아버지인 대공공을 해치우고, 무사히 여지를 황후 자리에 앉힌 후 아들인 여휼을 태자로. 그리고 예쁜 황녀까지 낳아서 수십년 행복하게 잘 사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시작은 흔하디 흔한 '기억상실'과 '신분 차이' 네타.
그렇지만 꽤 애절한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이였고 헤어져 있었긴 해도 항상 서로를 그리워 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둘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잘 살게 되었으니 충분히 재밌는 책이였다.
위에서도 말했듯, 운악산에서의 에피든, 재회 후의 에피든, 아님 두 사람 딸에 대한 에필이든. 만약 책으로 나온다고 치면 뭔가 살을 좀 더 붙여서 빠방한 두께로 나와줬으면 싶다.
위에서도 말했던 이휘의 거슬렸던 부분은 좀 자제 되었으면 좋겠고 ㅋㅋㅋ........................는,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 부터 마시는 셈?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