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 홍경 (★★★★)
분류: 재회물. 복수물. 후회물.
대진그룹 이사 (재희) X 대진그룹 사원 (시은)
나름 신간인 작품을 읽었다.
무엇보다, 내 블로그에 이걸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너무 많으셔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ㅋㅋㅋ.
처음 딱 받아들고 흝어 봤을때, 요즘 계절에 읽기 딱 좋은 적절한 다크,신파물 같아서 기대치도 높았고.
어쨌거나, 생각 한 것 만큼.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만족했던 작품이었다.
작가분이 이걸로 데뷔하신 신인 이라고 하시는데 필력도 좋고 전개도 좋고.
몇가지 지적할 부분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그것들을 덮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으니까 됬어 응.
시놉시스에 나와있는대로, 상당히 나쁜 놈인 남주가 나온다.
물론, 로설 답게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라고 하지만, 이야기 내내 여주인 시은이가 말하는 것 처럼. 그리고 악조지만 불쌍한 감이 없잖아 있던 '희주'도 말한 것 처럼. 그 이유가 지금까지의 죄를 덮을 정도는 아니더라 이거지.
후기를 보니 작가님도 이 놈이 나쁜 놈이라는걸 충분히 인지하고 계시고, 출간하면서 어떻게 해야 이렇게 나쁜 놈인데 설득력 있게 비춰질까 고민 하셨다고 하니.
내가 보기에는 설득력이 생기기는 하는데, 그래도 나쁜 놈 이라는 애기가 나오는. 딱 그정도다.
무엇보다 제대로 '미안하다' 라는 사과를 하지 않으니 이거 원.
천성이 오만하고 고집쟁이라서 그런가. 내가 시은이라도 정말 딱 꼴보기 싫고 징그럽고 증오스럽고. 그럴 법 하다.
그래도 메인 커플은 정말이지 '미련이 철철 흘러 넘치는' 녀석들이라서.
시은이는 죽어도 용서 못할거 같고. 정말 보는게 고통스러운데도 들러붙는 재희를 떨칠 수가 없이 끌려가게 되고.
재희는 자신이 얼마나 뻔뻔하고 개자식 이고 개연성 없는 행동만 반복하는지 충분히 알면서도 계속 매달리게 되고.
이런 공방이 한 권 내내 이어지는거나 다름 없어서, 읽는 독자도 딱 죽겠더라. 답답하고 미련해 보이고 처절해서.
사실, 재희가 떠난 이유라고 해도 뭐랄까...다른 작품이나 다른 남주였다면 충분히 어떻게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거 같은 부분이였고.
무엇보다 시은이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은 마음에 행한 짓이 오히려 그 자신이 시은이를 절망에 떨어트리는 짓을 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20살, 22살. 어린 만큼 치기 어리고 생각도 깊지 못해서 한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그 후에 겪은 고통이 너무 심하니까.
아니, 아버지 그게 뭐라고. 지금까지 쭉 반항하며 살아왔으면, 설령 시은이 곁을 떠나는 선택을 했더라도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돌아오도록 노력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재희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이유가 있었다고는 해도, 결국은 자기가 헤어질때 내뱉은 말 그대로 '다시는 보지 않을 작정' 이였으니까.
저렇게 헤어지고라도, 그 기간 동안 시은이의 곁에 돌아오기 위한 노력을 했다거나 자신 쪽에서 먼저 그녀를 찾아 헤맸다거나 그럼 모를까.
정말 '우연히' 재회하게 되어서 매달리게 된 거라서 이 부분도 아쉽기 그지 없다.
이왕 이야기 내내 찰떡같은(?) 집착 남주의 면모를 보였으면, 아예 처음부터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집착 남주가 될 것이지. 쯧<
그리고 아마도 다른 분들이 싫어할 만한 요소.
여조이자 악조인 '희주'에 관한 부분도 나 역시 불편했다.
어차피 목적은 희주의 할머니인 차회장을 파멸 시키는 거였다지만, 그 계획에 처음부터 희주란 존재는 없었다고 하더라고.
어쩌다가 그녀가 재희에게 한 눈에 반해서 들러 붙었다던데.
재희도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하더니만, 왜 갑자기 그녀를 받아들이고 약혼을 하냐고.
이왕 하는 복수, 진짜 제대로 하려고?
그것도 불편한데, 희주 쪽이 원할 때 만이라고 해도 둘은 함께 잤다는 애기가 나온다.
드물게 라고는 하고, 나중에 재희의 말로는 시은이의 대역이고 어디까지나 시은이랑만 잤다는 식이라고는 해도 그게 납득이 될 정도는 아니지.
정말이지, 처음 만난 순간 부터 5년 간의 지옥같은 시간을 견디고. 다시 시은이 앞에 나타나서 계속 그녀만을 갈구하는 재희의 깊은 사랑이 절절히 보여지는 만큼. 더 싫은 부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부분으로도 꽤 갈등을 겪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재희 입으로 확인 사살해서 시은이를 상처 입히고. 시은이 역시 지적해서 재희를 상처 입히고. 거기에 희주까지 대포로 쏴버리니.
이 책을 다 읽고, 재밌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에도 굳이 희주와의 이런 질척한 관계가 필요했었는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좀 더 이야기를 다크하게 만드실려는 의도였다면야 할 말이 없지만.
여튼, 이렇게 계속 나쁜 놈이였던지라 쉽사리 넘어오지 않고 거부하는 시은이 떄문에 내내 힘들어 하고.
겨우 받아주고 행복해지나 했더니 자신의 잘못 때문에 그녀가 위험해지는 고통을 겪고.
스스로 희주의 증오를 받아들여서 죽음 일보 직전까지 다녀올 정도로 위급한 상태까지 가는 등.
나름 험난하게 그 죗값을 치루는 재희였다.
그런 댓가들을 치루면서도 시은이를 포기 할 수 없다고 말하고.
거부해도 결국은 그가 사랑이였던 시은이 역시 그의 곁에 남게 되고.
한 번 헤어졌지만 '미련'을 떨칠 수 없었기에 힘든 길을 돌아서서 겨우 맺어지는 두 사람을 보면서.
완전 행복하고 뿌듯한 기분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보통 사람 같은 행복을 얻기 위해서 많이 힘들었으니까, 그만큼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
글쎄, 그렇게 설득력 있게 가는 전개는 아니였었던거 같아도. 이 책은 확실히 재미 있는 작품이였다.
작가분의 다음 작품을 기대감을 갖고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PS. 다 읽고 감상 쓰고 나니, 이게 과연 후회물이 맞는가? 싶은게.
재희는 후회하는 느낌이 없단 말이지. 그냥 매달리기만 할뿐 ㅋㅋㅋㅋㅋ.
대신 후회물의 그 처절한 재미(?)가 그대로 느껴지기는 한다. 재희 시점에서는 진짜 애절하게 매달리니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