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로다 - 한조 (★★★★)
분류: 시대물. 조선시대풍. 나이차 커플(7살). 주인과 몸종. 신분 차이(왕족과 천민). 키잡물. 짝사랑. 바람둥이 아닌 바람둥이.
청천국 후궁(민 숙의)의 서출 왕자 24세 (송언군 이의) X 환향인 출신의 몸종 17세 (남이)
한조님의 '내 것이로다'를 읽었다.
작가분은... '귀비' 라는 작품을 이북으로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냅둔 분이긴 하고, 이번이 처음 작.
그런데 필력도 좋으셨고 전개도 마음에 들었고. 이래저래 괜찮은 작품이였다......만, 다 읽는데 5일이나 걸린것도 함정^^;;;
이 작품도 발매일이 4월이니 조만간 이북 나오겠지...했지만, 그냥 읽고 싶은 마음에 알라딘 중고로 구입했다.
그러나 4000원이라는 가격이 싼건지 비싼건지. 책의 앞쪽 상태는 좋았지만 뒤쪽은 심히 접힌 자국이 있어서 거슬리더라.
까딱하면 찢어지겠다 싶을 정도로..... 에라이. 알라딘 중고가 다 그렇지. 최상은 개뿔. -_-
따지기도 귀찮아서 그냥 읽었다만 읽기전부터 좀 맘 상한 것도 사실.
암튼, 요근래 들어서 제목과 줄거리 소개에 낚이는 일이 많은데.
이 책도, 가볍고 발랄한 시대물 로코 분위기를 풍겨놓고 그런거 개뿔 없었다.
주인공들의 사랑은.. 계속 도망치는(?) 남주 때문에 꽤 힘들었고. 은근히 배경을 중시하는 전개였기 때문에 역시 가슴 아팠고.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은, 이렇게 겁 많고 두려움 많은 송언군이였어도,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남이 일직선 이였기 때문에 봐주게 되더라.
왕자와 몸종이라는 크디 큰 신분 차이임에도, 툭하면 노비는 물건. 남이는 '내 것'임을 강조하면서 가슴을 아프게 해도.
그는 언제 어느 때나 남이에게 최선을 다했고 누이를 돌보듯, 연인을 보살피듯.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는게 눈에 보였다.
아니, 누가 별 것 아닌 몸종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렇게 감시하냐고 ㅋㅋㅋ
물독을 깨트리니 야단치기는 커녕 혹여 밟을까봐 손수 안아서 다른 곳에 옮겨주고. 손이 부르틀까봐 비싼 기름을 사서 발라주고. 물독이 무겁다고 직접 물을 길러서 들어주고.
그 마음은 어렸을때 부터였던지라, 아직 어린 남이를 탐하는 하인을 죽기 직전까지 벌 주고 쫒아낸 후에 걱정이 되서 밤이면 밤마다 남이 방 앞 마루에서 지키면서 잠들지 않나 ㅋㅋㅋ (남이는 모름).
그 외 기타 등등. 모든 행동이 남이로 직결되고 모든 생각과 마음이 남이에게 향해 있는 송언군이여서.. 줄거리 소개에서 '호색한' '바람둥이' 어쩌고 하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것도 다 '과부들을 위한' 속임수였기 때문에 질투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었고.
다만, 남이는 아직 어린데다가 송언군에 대한 연정이 깊어서 그 속내를 다 헤어리지 못하니,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를 주는 송언군의 말에 힘들어 할 뿐이고.
그래서 오래전부터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본의 아닌 삽질을 거듭하는 커플....이였다....라고 해도 알콩달콩 했지만.
그 외에, 올바르고 곧고, 백성을 사랑하는 송언군의 형인 청천의 왕이 인상 깊었다.
그의 사랑 이야기는...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일단. 그가 송언군을 진심으로 아끼고 우애하는게 너무 잘 보여서 말이지.
내가 읽은 시대물 작품 중에서 형제끼리 이정도로 사이가 좋은 경우도 처음일꺼다. 정말이지 손 안의 보물 처럼 아끼고 아끼는데, 송언군 역시 형님을 무척이나 따르고 있고.
로맨스랑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이게 그렇게 가슴 따뜻하게 보여질 줄이야 ㅋㅋㅋ.
아픈 과거를 지닌 동생을 세상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기기 떄문에, 청천의 백성을 위한다기 보다는 한 몸처럼 소중한 '동생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는 형님.
그 동생이, 신분 차별이 없고 성별 차별이 없고 출생지 차별이 없는. 그런 공평하고 평등한 세상을 원하기 떄문에 그것을 들어주겠다는 왕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이 작품은 메인 커플을 방해하는 악조 따위 없고, 제법 이런 저런 등장 인물이 나오지만 모두 하나 같이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고 신념을 지니고 있는, 누구 하나 나쁜 사람 없이 모두 좋은 녀석들이였다.
그 중에서 슬픈 결말을 맺는 인물도 있지만 그래도 송언군과 남이는 행복하니까.
크디 큰 신분 차이가 있지만 누구보다도 동생을 사랑하고 그의 행복을 빌어주는 형이, 아주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으니 그들은 행복해 질 수 있지. 암.
생각보다 어두운 편이지만, 은근히 허당이고 소심하기도 하기까지 한 송언군이 참 귀여워서, 꽤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였다.
작가분 체크 들어가고 싶은데... 전작인 '귀비'는 평이 참 애매해서 어쩔까 싶기도 하고 흠...^^;